#가을편지
< 마음에 부치는 편지 > 이즈쓰다
시간이 차면
계절이 기울고
계절이 깊어지면
세상도 익어갑니다
익어간다는 게
세상에 순응하기 위해
깊이 빠져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깊어진다는 건
떨쳐 내기가 힘들어진다는 거고
그러다 보면
우리를 아프게도 하니까요
무엇하나
영원한 내것은 없습니다
버리지 않으면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고
보낼 수 있어야만
함께 할 때의 소중함도
좋은지 알게 되니까요
또 다른 계절과 친해지려면
필요한 것만 남겨져야 합니다
사랑이 무르익는다는 게
잡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마음에도
휴지통하나 옆에 두세요
분리수거만 잘해도
꼭 필요한 것만 남게 되겠지요
없다고 없는 게 아니며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건
언제나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기억 속에 잠든 채로
그리움이 익고
무의식 속에 잠재된 채로
기다림은 또 이어집니다.
또 떠날 겁니다
떠난다는 건
무언가를 찾아서라기보단
남겨두기 위해서입니다
그 시간의 뒤로
남겨진 것들이 또 익어가야
찾을 무언가도 생겨 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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