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정에서
이 가을엔 많은 단어를 또 쓰고 지울 것이다,
기억, 회상, 그리움, 추억, 이별, 낙엽.... 그리고 코스모스
산 오르는 작은 길을 따라 뉘 엿의 엿 걷다 보면 금세 팔각정에 오른다.
발아래 세상은 작기만 하고, 그 작은 세상속의 작기만한 나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고, 한 여름의 푸르름을 자랑했던 잎들이 색 바랜 모습으로 보도 위를 채워나갈 때. 우린 한바탕 마음속에 열병을 앓는다.
거북이가 불렀던 사계란 노랫말 일부가 떠올랐다.
찬바람 소슬바람 산너머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 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가을이 주는 상념 >
아무 관심 없는 세상에
의미를 던지고 싶어졌다.
답장 하나 없어도
아무에게나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변하는 것 하나 없다는 걸 알지만..
한번쯤은
멋진 인생글 하나 적어
가을바람에 날러보고 싶다
이루어지지 않는 바람이라도,
아직 있을지도 모를 순수함으로
늘 그래왔듯이
홀로 남겨진 공허함이
마음 한편을 채우고,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텅 빈 무대에 홀로 선듯한
감정을 경험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가을앓이는
매년 여린 나를 괴롭힌다
환상과 현실사이에서
한동안 방황하다가
언제나처럼
현실의 높은 벽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마음에선 보내라고 하지만....
한껏 붙잡고 있다가.
결국엔 놓고 말겠지만
몸부림치며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엔 놓고야 만다.
놓아줄 수 밖에 없다.
가을이 남기고 간 아픈 흔적이다.
우리는 그랬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은 그냥 허허롭다.
나를 가득 채워주었던 것들이
색 바랜 기억으로 멀어져 가기에
보이지 않는 현실의 벽이 또 요단강을 놓는다.
습관이 되어버렸다
보건 말건 상관없이
이해 못 할 것도,
용서 못할 것도 없는 세상
늘 아름다운 너만 보려고 한다.
이 가을엔 내 안에
그리움 한 자락 불러야겠다
오래전에 지녔던 그 열정으로
볼 수 없는 날을 마주하더라도 적어도 아름다운 날만이라도 마음에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느 날 본 코스모스에서
다가왔던 멜랑꼴리 한 추억처럼....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것들을
다시 한번 불러내보고 싶다.
내려다 본 도시는 평안하다.
마치 그 안에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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