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배동에는 동서로 나란히 한 세개의 왕릉이 있다.사적 제 129호로 지정된 이곳에는 기록은 없지만 신라 8대 아사달왕,53대 신덕왕,54대 경덕왕이 묻혀 있다고 전해진다.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삼릉의 주변을 둘러싼 소나무 사이를 관통하는 빛내림이 좋다고 해서이다.다행인지 경주로 들어섰을때 자욱한 안개가 최소한 빛이 없어도 안개 자욱한 송림은 담을수 있겠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했다.
삼릉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뿌연 안개가 덮힌 소나무 숲은 엄습한 기운 마저 감돌게 했다.
암울했던 천년사직 신라.그 마지막을 지켜보며 고군분투 했던 신덕왕과 경순왕의 애끓는 마음이 녹아내린걸까? 봄 아니게 한기가 드는 날씨는 소나무의 가지를 타고 물방울 되어 머리위로 떨어진다.
한 5분여를 걸었을까?
어스름힌 송림 저편으로 세개의 봉끗 솟아오른 원형의 무덤이 보인다.송림으로 둘러싸인 주변은 어두웠지만 삼릉만은 밝아 보이는게 이상하리만큼 신기했다.
카메라 렌즈의 필터가 깨어진터라 좋은 사진 보다는 느낌만 가져가야 겠다고 생각한터라 은은히 코끝을 자극하는 소나무의 향을 음미하며 전방으로 보이는 소나무 사이와 주변을 염탐하였다.
한 이십여분이 지났을까? 빛이 서서히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빛과 소나무숲이 만들어내는 경관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아 이거였구나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빛내림을 보기 위해 새벽잠을 마다않고 삼릉을 찿는구나
그때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언제 어디서 모여 들었는지 카메라로 무장한 진사님들이 주변에 가득하다는걸 알았다
.촬칵 촬칵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아침 안개를 뚫고 들려오고 빛과 안개가 만들어낸 삼릉의 아침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었다.빛내림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어둠이 완전히 걷힌 삼릉엔 개나리와 진달래 또한 빛을 받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빛을 놓칠새라 분주한 진사들의 발걸음과 카메라 셔터소리가 적막했던 삼릉의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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